제 목 : 십자가가 주는 힘
본 문 : 고전 2 : 1-5
아버지는 울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사실일 것입니다. 아버지라는 말이 가진 이미지는 강하고 굳건합니다. 그 이미지를 지키고자 많은 아버지들은 사실 겁나고 두려울 때에도 용기를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같이 강도가 많은 시기에 밤중에 도둑이라도 들었다 하면, 속으로는 똑 같이 떨리고 겁이 난다 할지라도 아내와 자녀들 앞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숨겨야 합니다. 그런데 만일 아버지가 "여보, 나도 무섭소!", "얘들아, 나도 덜덜 떨리는구나"하였다면, 그 날 이후로는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하기가 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위인들에게도 나약한 부분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래서 철인 비스마르크도 눈물을 흘렸었으며, 나폴레옹도 그러하였습니다 히틀러도 패배의 두려움에 시달렸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틴 루터도 이런 기도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아! 세상이 어찌 이다지도 무섭습니까? 나는 믿음이 없습니다." 믿음의 대명사 같은 루터에게도 그토록 연약한 순간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루터에게 믿음이 없었던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낙심하였던가요? 그것도 아닙니다. 더 굳게 믿었습니다. 오히려 이 세상에서는 무엇이나 된 것처럼 잘난 체, 아는 체 하는 사람이야말로 문제 인물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 믿음 없다고 기도했던 루터가 가장 믿음이 좋았으며 세상이 그렇게 두렵다던 그가 가장 용감했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본문을 통해서 바울의 취약한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너희 가운데 있을 때에 약하며, 두려워하며, 심히 떨었노라." 떨어도 가볍게 떤 것이 아니라, 벌벌 떨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바울은 결코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강자였으며 불굴의 신앙인 이었습니다. 그러면 바울을 어떻게 해서 두렵다고 고백하던 자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까? 도대체 바울은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까? 만일 그 힘을 우리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역시 불굴의 신앙인, 강한 성도(strong Christian)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시간에 사순절 첫 주일을 맞이하는 아침, "십자가가 주는 힘"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첫째로 왜 바울이 나약해졌습니까?
바울은 다메섹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결단하고 예수의 제자가 되었으며, 3년 동안 아라비아 사막에서 기도하면서 수양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사도 된지 어언 10년이 넘었습니다. 10년 동안 복음을 전한 결과 많은 힘이 축적되었습니다. 요즈음 말로 말하면 바울만이 자랑할 수 있는 노하우가 많이 비축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열거해 보면, 지식의 힘, 믿음의 힘, 전적으로 위탁하는 헌신의 힘이 있었습니다. 또 여기에 경험이 힘까지 있었습니다.
어째서 바울이 나약해졌습니까?
본문에서 암시한대로 자기 의지, 자기 지혜, 자기 경험, 즉 자신의 그 어떤 것에 의지하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아데네에서의 바울의 기도
십자가 사건을 알지 못하면, 왜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 혀 돌아가 셨는지를 알지 못하면, 그 신앙은 이미 신앙이 아닙니다. 수박 겉 핥기 일 뿐입니다.
셋째로 자기 신뢰와 자아의 죽음
문제는 자기 신뢰였습니다. 자기 교만, 자기 지혜, 즉 자기라고 하는 문제가 그를 괴롭혔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깊은 고백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없어진 줄 알았던 혈기가 다시 나오고, 다 없어진 줄 알았던 자기 교만과 이기적인 사랑이 그대로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것이 남아 있는 한 절대로 강할 수도 없고, 지혜로울 수도 없음을 바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전15:31에서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죽여야 합니다. 우리들도 사도 바울처럼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않기로 작정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만 알고, 십자가만 높이고, 십자가만 믿고 나아갈 때 힘의 신비가 나타납니다. 바울은 바로 이 십자가의 힘의 신비를 깨달았습니다. 최고, 최대의 능력을 십자가 안에서 찾았습니다. 우리들도 십자가
안에서 날마다 승리합시다.
댓글0개